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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 매일 글 썼더니 생긴 변화

한 달 정도 됐다.정확히는 4주차지만. 거의 매일 글을 올렸다.투석일기로 시작해서, 인터뷰 이야기, 맛집 후기, 글쓰기 노하우, 요리까지. 다 다른 주제였는데 돌아보면 하나의 기록이다.솔직히 처음엔 유지될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며칠 쓰다 지쳐서 또 멈추는 거 아닌가?예전에도 블로그를 시작했다가 흐지부지된 적이 있었으니까.그 기억이 있어서 거창하게 선언하지 않았다.그냥 조용히 시작하고, 조용히 이어갔다.그렇게 한 달이 됐다.한 달 동안 달라진 게 있다.크고 대단한 변화가 아니다.작고 구체적인 것들이다. 하루가 선명해졌다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하루를 다르게 살게 됐다.전에는 그냥 흘려보냈던 순간들이 이제는 눈에 들어온다.투석실에서 천장을 보다가 문득 드는 생각, 밥 먹으면서 반찬 하나에 느끼는 감각, 뉴스를 ..

맛집 후기 쓸 때 솔직함과 디테일의 균형

맛집 후기를 쓰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처음엔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먹고 느낀 걸 그대로 쓰면 되는 거 아닌가?그런데 막상 써보면 그게 아니었다.느낀 걸 그대로 쓰면 "맛있었어요"로 끝난다.그 한 줄은 후기가 아니라 감상이다.후기와 감상의 차이는 디테일이다.그리고 솔직함과 디테일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게, 좋은 맛집 후기를 쓰는 핵심이라는 걸 여러 편을 쓰면서 깨달았다.솔직함 없는 디테일은 광고다음식의 색깔, 질감, 향, 플레이팅을 꼼꼼하게 묘사했는데 읽고 나서 뭔가 찜찜한 후기가 있다.대부분 단점이 없는 후기다.모든 메뉴가 완벽하고, 서비스도 훌륭하고, 가격도 합리적이고, 분위기도 좋은 집. 그런 집이 없진 않겠지만, 읽는 사람은 어딘가 믿음이 안 간다.왜냐면 사람의 경험은 원래 균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뷰 도중 예상 못한 질문 받았던 순간

인터뷰 도중 역으로 질문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인터뷰이에게. 보통은 반대다.내가 묻고 인터뷰이가 답한다.그게 인터뷰의 기본 구조다.그런데 가끔 그 구조가 뒤집히는 순간이 온다.그 순간이 오면, 사실 당황스럽다.준비한 게 없으니까. 그날도 그랬다.인터뷰가 한창 진행되던 중이었다.분위기는 좋았다.인터뷰이가 편하게 말을 이어가고 있었고, 나도 준비한 질문들을 하나씩 소화하고 있었다.그런데 잠깐 대화가 끊기는 순간, 인터뷰이가 나를 바라보더니 물었다."기자님은 왜 이 일을 하세요?" 예상 못한 질문이었다.나는 순간 멈췄다.녹음기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다.뭔가 그럴싸한 답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머릿속이 잠깐 하얘졌다.직업적으로 대답할 수도 있었다."사람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싶어서요." 맞는 말이지만..

좋은 칼럼과 나쁜 칼럼의 차이

칼럼을 많이 읽었다.기자 시절에는 직업적으로 읽었고, 그 이후로는 습관처럼 읽었다.수백 편을 읽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게 있다.왜 어떤 칼럼은 끝까지 읽히고, 어떤 칼럼은 두 번째 문단에서 손이 멈추는가.그 차이를 오늘 정리해보려 한다.쓰는 사람 입장에서 정리하는 거라, 읽는 분들에게도 기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나쁜 칼럼은 결론이 없다칼럼을 다 읽고 나서 "그래서 뭐가 하고 싶은 말이야?"라는 생각이 드는 글이 있다.화려한 문장들이 가득한데 정작 핵심이 없는 글.이 현상을 비유가 죽이는 경우가 많다.비유는 쓴 사람이 뿌듯하면 대체로 독자는 헷갈린다.비유는 개념을 전달하는 도구인데, 그 비유를 설명하느라 정작 본론을 잃는 경우가 생긴다.좋은 칼럼은 첫 문단을 읽고 나면 이 글이 어디로 가는지 대략 보인..

[신부전증 투석일기] 4, 아무도 말 안 해준 투석의 현실

투석 시작하기 전에는 아무도 이런 말 안 해줬어요." 4시간이 그렇게 긴 줄 몰랐습니다.넋 놓고 핸드폰을 보자니 들고 있는 손이 저리고낯설고 어수선하고 불안한 마음에 잠은 안 오고보통은 그냥 멍하니 누워있게 되는데 별의별 생각이 다 듭니다그렇게 한참 지났겠지 하고 시계를 보면 30분밖에 안 지나 있고요. 그러다가 종종 ‘아 내가 이걸 평생 해야 하네’그 생각이 제일 많이 들더라고요 어떤 날은 끝나고 나면 목이 쉬고 몸이 으슬으슬하고 몸살 기운이 온 것같이 노곤노곤하고 피곤하고 그러기도 합니다.그래도 아직 신기한 건 투석이 끝나고나면몸이 비워진 것 같기도 합니다.독소가 빠져나갔다는 게 이런 기분인가 싶기도 하고요. ‘아직은 나 살아있네?’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그렇게 48시간 수명이 연장된 기분입니다..

[수원 영통] 혼밥도, 모임도, 좋은 분위기 맛집 — 수원 영통 케이냉삼

고깃집에서 탄성이 먼저 나온 적이 있었나.플레이팅을 보는 순간이었다. 1mm로 얇게 썰어낸 삼겹살을 꽃처럼 층층이 말아서 올려놓은 모습.음식이 나오자마자 테이블 전체 분위기가 달라졌다.먹기 전에 한참을 들여다봤다.이 모양을 내려면 손이 얼마나 많이 가는지, 그 공을 생각하니 첫 입이 더 진지해졌다.수원 영통동에 자리한 케이냉삼이다.이름에서 이미 자신감이 넘친다.그리고 먹어보면 그 자신감이 납득이 된다. 케이모둠한판 — 1mm 꽃삼겹, 옛날냉삼, 아삭 뒷고기이 집은 국내산 프리미엄 한돈만 고집한다.중간 유통 없이 냉장 원육을 직접 받아 자체 숙성과 가공을 거친다고 한다.그 차이가 먹으면 바로 느껴진다.꽃삼겹은 철판에 올리자마자 기름이 자작하게 녹아내린다.1mm로 얇게 썰어낸 덕분이다. 바삭하면서도 육즙..

[신부전증 투석일기] 3, 신장이 망가졌습니다

신장이 망가지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피를 못 걸러요. 그래서 몸 안에 독소가 쌓여요. 몸이 붓고 간지럽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요.그래서 저는 이제 일주일에 세 번, 기계한테 피를 맡깁니다꼬박 4시간 동안요.말기신부전증 진단받고, 지난주부터 혈액투석을 시작했어요.투석을 준비하던 시기부터 영상을 찍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투석을 준비하면서 또 임하면서 매일 드는 생각은 참 외롭다였거든요. 근데 생각해보면... 저처럼 이 세계에 던져진 사람들이 너무 많을 거란 말이에요.늘 밤마다 내일 아침이 무서운데 검색을 해봐도 의사 선생님이나 간호사 선생님의 정보 영상 밖에 없더라고요. 누구도 아무도 진짜 어떤 느낌인지는 말을 안 해주는 기분이었어요.그래서 제가 말해보려고요. 솔직하게.잘 이겨내고 있다 하..

오밀도의 요즘 일상 — 글감은 어디서 찾을까?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매일 글 쓸 거리가 있어요? 어떻게 찾아요?"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나도 그게 제일 걱정이었다. 하루하루 버텨내는 것도 빠듯한데, 거기서 또 글감을 찾아야 한다는 게 부담이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 보니 생각보다 글감이 없는 날이 없었다.오늘은 내가 요즘 어디서 글감을 찾는지, 일상을 그대로 보여드릴까 한다.아침 — 투석실에서나에게 아침은 투석실에서 시작되는 날이 많다.네 시간을 누워있어야 하는 그 시간이, 지금은 글감 창고가 됐다. 천장을 보다가, 옆 침대 환자가 간호사와 나누는 대화를 듣다가, 오늘 유독 기계 소리가 다르게 들린다는 걸 알아채다가. 그런 사소한 것들이 다 글감이다.이걸 잊지 않으려고 핸드폰 메모장에 바로 적어둔다. 문장이 아니어도 된다. 단어 하나, 느낌 하..

거절당한 인터뷰 요청, 그 후 다시 연락 온 이야기

거절은 익숙해지지 않는다.수백 번을 겪어도 그렇다.정중하게 거절당해도, 단호하게 거절당해도, 그 순간엔 똑같이 마음이 무거워진다.인터뷰 요청을 보내고 답을 기다리는 시간, 그리고 "죄송하지만 어렵겠습니다"라는 짧은 문장을 받는 순간.그 사이의 낙차는 늘 크다. 그 분에게도 그렇게 거절당했다.처음 연락을 드렸을 때는 정말 자신이 있었다.꼭 다뤄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그 분야에서 오래 일해온 분이었고, 다른 매체에서는 잘 다루지 않았던 시각을 가진 분이었다.메일을 정성스럽게 썼다.왜 이 인터뷰가 필요한지, 어떤 질문을 드리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적었다.답장은 짧았다."죄송하지만, 이번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게 전부였다.이유도 없었다. 그냥 정중한 거절이었다.서운했다.기자 생활을 하다 보면 거절은 일상..

인터뷰 신청/제보 받는 채널 안내

한 주 동안 글을 쓰면서 생각했다.인터뷰이가 울었던 순간, 길을 잃었던 신입 기자 시절, 화성에서 만난 실망스러웠던 통닭집, 투석 환자의 외식 기준, 그리고 칼럼 첫 문장 잡는 법까지. 다 다른 이야기 같지만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돌아온다. 어떻게 하면 진짜 이야기를 제대로 담을 수 있을까.그 질문에 대한 답을, 사실 나 혼자 찾을 수는 없다.기자 생활을 하며 가장 좋은 기사는 늘 누군가의 제보나 추천에서 시작됐다."이런 일이 있는데 한번 취재해보시면 어떨까요." 그 한 마디가 좋은 글의 출발점이 된 적이 많았다.오늘의 밀도도 같은 방식으로 가보려 한다.인터뷰이를 찾습니다특별한 사람만 인터뷰 대상이 아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진 분이라면 누구든 좋다. 직업, 취미, 겪어온 일,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