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어~'
김광석의 노래처럼 어제는 정말 하루 종일 비가 내렸어요.
가을장마라고 해야 할까요 최근 들어 비가 많이 내립니다.
예전 같으면 그냥 큰 창 앞에 앉아 커피 마시면서 빗소리나 들었을 텐데....
2021년 들어서는 고질병이 생겨버렸어요.
비만 내리면 마음이 싱숭생숭한 것이 그냥 차박이 가고 싶어 졌거든요
어제도 하루 종일 차박을 갈까 말까 엄청 고민했었네요
오늘처럼 비가 오면 분위기 참 좋을 텐데...
이제 덥지도 않고 잠도 솔솔 잘 오고 말이야....
퇴근 시간이 돼서야 비로소 결정했습니다.
그래 가자~ 멀리는 못 가고 2,30분 거리에 있는 곳으로 가자
빗소리도 듣고 물도 볼 수 있는 아라뱃길로 가자~
정말 일이 끝나자마자, 집에 도착하자마자
후다닥 짐을 챙깁니다.
지금 날씨에 오버처럼 보이겠지만
맥주에도 한 두덩이... 커피에도 잔뜩... 시원한 물도 마셔야 하고...
워터저그에 얼음을 반 정도 채웁니다.
이제 여름이 아니니 반 정도면 충분하겠죠?
정말 초 스피드로 초 간단하게 준비를 했는데... 이 모양이네요.
하... 자충 매트 빼고 발포매트 넣었는데...
그냥 아주 간단하게 담았는데도....
미니멀 어디 갔나요? 미니멀 차박을 추구하던 나의 모습은 어디로 간 건가요?
(캠핑 갈 때 비해선 많이 미니멀 이긴 한데....)
릴리 저녁밥을 든든히 챙겨주고 스킨십도 어마어마하게 해 주고 뽀뽀도 미친 듯이 해주고 길을 나셨습니다.
차가 막히네요. 러시아워에 비까지 내려서 도로가 꽉 막혀버렸군요.
답답한 마음에 라디오을 켰습니다.
어디 어디 막힌다. 어디어디 사고 났다... 꺼버렸어요.
신난 이 흥을 망쳐버리고 싶지 않았네요.
다행히 기분 좋게 비도 시원시원 내려줍니다.
막히고 막혀 8시쯤 도착했습니다. 해가 많이 짧아졌네요.
유명한 차박지라 그런지 저 말고도 두 팀이 더 있었네요. 역시....
근데 빗발이 약해졌어요. 보슬보슬...
우중 차박은 물 건너 간 거 같지만 캬~ 그래도 기분이 좋습니다.
자주 보던 아주 넓은 한강은 아니지만 그래도 요놈 한강이 맞습니다. (아닌가요? 틀렸나요?)
인스타에 올렸던 사진이라 필터가 걸려서 갬성갬성 하네요.
인적 없는 이곳에서 하룻밤 머물 생각 하니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배운 캠퍼들은 도착하면 바로 맥주를 마셔주지요.
워터저그에서 얼음 세 덩이 꺼내 시원하게 카스를 들이켭니다.
이곳이 천국인 거 같습니다.
어느덧 비가 그쳐 차 밖으로 발 뻗고 누워서 홀짝 댑니다.
흥이 날 때 맥주가 무섭네요. 저렇게 편한 자세로 호로록 네 캔을 마십니다.
맥주 네 캔을 마셨는데 좀 출출한 거 같아요.
맞아요 저녁을 안 먹었네요.
편의점에서 사 온 샌드위치를 오물오물 씹어줍니다.
탄수화물이 들어가니 배가 좀 차는 것도 같아요.
필터 없이 찍어봤습니다.
너무 현실적이죠?
갬성 따윈 어디로 갔을까요?
비도 오고 가을이라 바람이 쌀쌀하네요.
갬성있는 블랭킷 꺼내서 반바지로 드러난 민다리를 따뜻하게 해 줍니다.
여기서 잠깐~!!!
사진 상중앙에 테이블 보이시나요?
바로 옆에 차박 오신 분들이 꺼내신 테이블인데요.
테이블 꺼내실 때도 설마설마했습니다. 그냥 '비 그쳤으니까 밖에 나 오셔서 쉬고 싶으신가 보다....' 하고요.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
갑자기 주섬주섬 알전구를 트렁크에 다시더니만 갬성 랜턴도 꺼내십니다...
경량 체어도 두 개를 꺼내시더군요. 커플이셨어요. 저와 비슷하거나 저보다 나이 많으신....
그리고 등장하는 부루스타!!!! (구이 바다였나 아니었나 기억이 가물가물)
두둥... 설마 설마...
여기가 아무리 차박이 유명한 곳이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주차장인데...
여기서 야외 취사를 한다고?
(보통의 캠핑장이나 일부 노지 차박에선 야외 취사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처럼 주차장 차박일 경우는 무조건 야외 취사나 텐트는 금지예요.
스텔스 차박만 해야 하고요. 이건 차박의 기본 매너 중에서도 가장 으뜸가는 기본이에요)
헐~ 이거 무슨 냄새야? 설마 삼겹살이야? 헐 대단하다...
거기에 각종 쌈채소까지... 정말 뭐라고 한마디 하고 싶었어요. 목구멍까지 차올랐습니다.
그냥 캠린이인거 같아서 참아주기로 했어요. 아 근데 계속 내 차로 삼겹살 냄새가 전부 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트렁크 열어놓고 있는데 온 차 안에 삼겹살 냄새...
밖으로 나가 트렁크 닫았습니다. 눈누난나 신나셨네요 아주... 이거 맛있다 어쨌다 깨를 볶습니다.
인내하기로 했습니다. 못 알아먹을 사람들 한테 얘기해봐야 서로 감정만 상하겠죠.
그렇게 차문을 꽁꽁 닫은 채로 앉아있는데...
하 차 안이 온통 삼겹살 냄새예요... 난데없이 위장이 나대기 시작했고요.
어쩔 수가 없네요. 조용히 미니버너를 꺼내 불을 켭니다.
하... 이건 내일 아침인데...
왕뚜껑에 김이 모락모락~ 맛있겠쥬?
서두르다 보니 태블릿을 안 가져왔네요.
그냥 폰으로 유튜브를 켭니다.
허당캠퍼 TJ쌤이 구독자 추첨 이벤트를 하고 있네요.
저 위에 갬성돋는 사진들에 현혹되셨나요?
그렇다면 이 사진을 보십시오.
너무나 현실적인 차박의 내부 사진입니다.
여기서 잠깐~!!!
한강에서 데이트하는 커플들이 왜 차 안에서 사발면 드시는 건지 깊이 공감했습니다.
왕뚜껑에서 내뿜는 강력한 수증기가...
자동적으로 사생활 보호를 해주네요.
커플 차 박하 시는 분들~ 차박 커튼 사지 마세요~ 사발면 하나면 끝이에요 ㅋㅋㅋ
왕뚜껑도 먹었겠다 비도 그쳤겠다 산책을 나가봅니다.
아무도 없는 한강~ 이 얼마만인가요.
건너편 동네도 한적하긴 마찬가지네요.
오~ 나들목도 사진에 담으니 예쁩니다.
근처에 있는 편의점과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예전에는 늦게까지 영업하시더니... 4단계의 여파인지 문을 닫았네요.
10시도 안된 시간인데...
허탈하게 돌아오는 길에 다시금 철도 다리를 찍어봅니다.
오늘따라 더 예뻐 보이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크게 한 번 웃고 가겠습니다.
위에 다리 사진 찍자마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집니다.
혹시나 싶어 우산 들고나가길 잘했네요.
근데 차로 돌아왔을 때... 진짜 빵~ 하고 터져서 뿜을 뻔했어요.
잠시 잊고 있었던 삼겹살 커플...
난리 났네 난리 났어 ㅋㅋㅋㅋㅋ
뭐 딱히 설명해 드리지 않아도 그려지는 풍경이죠?
동영상이랑 다른 소리만 해댔네요 ㅋㅋㅋㅋ
암튼 차에 들어와 갖은 감성 다시 다 챙겨서는 빗소리를 담아 봤습니다.
별도의 외장 마이크가 없어서 ASMR 분위기는 안 나지만
그래도 빗소리 시원하게 들어보시죠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내리더니 비가 그쳤어요.
삼겹살 커플은 차 몰고 집으로 갔습니다.
사실 집으로 간 건지 창피해서 도망간 건지는 모르겠어요.
기분 내며 차박 하려다 정말 망해서 그냥 간 거 같습니다.
암튼... 삼겹살 커플님들아~ 담부턴 야외에서 고기 굽고 그러면 안돼요 알았죠?
비가 그치니 귀뚜라미며 풀벌레 소리가 가득한 밤이 됐어요.
그래서 또 풀벌레 소리 담아봅니다.
배는 부르고 차 안은 따뜻하고... 잠이 솔솔 옵니다.
침낭 꺼내서 덮으려다 귀찮아서 걍 담요 덮고 잡니다.
여러분~ 잘 자요~
P.S. 저거 맥주 아닙니다. 보리차예요 ㅋㅋㅋ
11시 조금 넘어서 잠들었다가 여섯 시 즈음 깼어요.
완전 딥슬립이었는데... 급 소변이 마려워서 ㅠㅠ
무튼 일어나자마자 현대인답게 시원한 모닝커피를 준비합니다.
(너무나 예쁜 법랑 주전자가 해외에서 날아오는 중이에요. 그래서 오늘은 코펠에... 참 감성 없다 그죠?)
하~ 이걸 올릴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어요.
마지막 한 방울을 쥐어짜는 모습이 너무 좀스러워 보여서 ㅋㅋㅋ
여기서 질문~
여러분은 마지막에 짠다? 안 짠다?
여섯 시가 넘으니 슬슬 하늘이 밝아집니다.
부지런하게도 아침 운동을 나오신 분들도 계시고요.
많은 분들이 쳐다보시는 통에 관종 된 기분이지만
그래도 시원하게 아이스커피 홀짝 댑니다.
하... 부글부글...
제가 먹은 거라곤 맥주 네 캔, 샌드위치 하나, 왕뚜껑 하나인데...
10리터 쓰봉이 꽉 찼어요.
어제 그 삼겹살 커플이 버리고 간 게 분명한 고추와 몇몇 채소들...
다른 분들이 버리고 간 일회용품들까지...
그냥 올 수 없어서 다 주워 담았습니다...
아 제발... 차박이건 캠핑이건... 그냥 나들이 이건...
자신들이 발생시킨 쓰레기들은 제발 좀 다시 챙겨가 주세요.
몰지각한 소수의 몇몇 분들 때문에 전국의 차박지나 야영지가 다 막히는 거라고요.
마지막으로 우측 하단에 보이는 저 흰색 비닐봉지를 줍고는 전 집으로 왔네요.
매너를 잘 모르시는 삼겹살 커플 때문에 약간 기분이 상하기는 했지만...
빗소리와 귀뚜라미 소리를 한 자리에서 다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에... 집에서 멀지 않고....
오가는 사람들 별로 없고 한강은 고요히 흐르고...
딥슬립을 한터라 다음날인 오늘 별로 피곤하지도 않았고요....
8월과 9월을 몸소 느꼈던 이번 차박~ 아주 좋았습니다.
이상~ 릴리 아빠의 급 퇴근박 후기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씀드릴게요.
자신이 발생시킨 쓰레기는 제발... 집으로 가져가 주시던지 종량제 봉투에 담아 지정된 장소에 버려주세요.
그게 귀찮거나 힘드시다면 그냥 본인이 쓰레기 되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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