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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비행이 타고 가요~

맥시멀리스트의 미니멀 차박 이야기_20210611, TMI 주의, 을왕리 해수욕장, 영종도, 난지 캠핑장

by 글쟁이_릴리아빠 2021.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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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다 글이 엄청 길어요 TMI 싫으신 분들은 사진만 보세요

지난 6월 11일 생애 첫 차박 떠났을 때 차안에서 스마트폰으로 SNS에 적었던 글이에요

그래서 말이 좀 짧습니다 ㅋㅋㅋ

그때 당시 티스토리 개설하고 포스팅 하겠노라며 적었는데... 결국 40일만에 티스토리 열었네요...

 

 

2년전쯤 됐나? 슬슬 유튜브에서 차박이며 캠핑이며 캠핑카 컨텐츠가 알고리즘을 타고 내 화면에 등장하기 시작했었다.

그걸 보며 나도 해보고싶다. 나도 해보고싶다. 맘만 먹었지만 내 차는 승합차도 대형 SUV도 아니기에 그저 그림의 떡이라고 여겼었다.

그렇다고 내 성격에 캠핑용품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서 또 한참을 낑낑대며 설치하고 하룻밤 쉬다가 부랴부랴 철수하고 또 바리바리 실고 귀성하는 모습에 만족할리 없었다.

한두번 '나도 캠퍼다' 하고는 귀찮아서 안다닐테지. 게다가 난 맥시멀리스트에 설레발러이기도 하다.

어떤 취미에 빠져볼라치면 앞서도 너무 앞서서 이것저것 엄청나게 사들인다. 아니 사들였었다.

'장비가 실력이다'라는 말도 안되는 꼰대력으로 말이다.

십수년전 피아노를 배울꺼라며 피아노를 사버렸고

십여년전 홈스타일링을 해볼거라며 미싱이며 각종 원단들을 사들였고

십년전 포토그래퍼를 꿈꾸며 준전문가급 바디와 렌즈들을 결제했으며

수년전 배드민턴을 배운다며 레슨에 운동복에 신발에 메이커 라켓을 들였다.

결과는?

몇번 즐기며 만족해하다가종국엔 퍼부은 돈이 아까워 뭔가 의무적인 맘가짐으로 취미생활을 영위했다.

날 제대로 잘 모르는 나지만, 취미에 과몰입 하는 나라는 것은 잘 안다. 그래서 차박을 포기했다.

차박을 하려면 큰 돈 들여서 차를 바꾸거나 좀 덜 큰 돈 들여서 우드나 스틸로 평탄화 작업을 해서 차박캠핑카로 변경해야하니까...

 

그런데 두달 전 '미미파파'라는 유투버의 영상을 접하고 알았다.

꽤 오래전부터 나와 함께 나이들던 은둥이가...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완전 평탄화'기 되는 차였다는 것.

그간 난 차에 짐이라도 실을 일이 있을라치면 뒷열 등받이를 그저 앞으로만 접으며 내차는 참 평탄화 비슷하게도 안된다며 투덜댔는데...

뒷열 좌석이 아주 쉽게 탈거 되는 차였다니....심지어 그 어떤 공구도 없이 한손으로 가볍게...

나는 차를 몰랐고 모르고 모를 사람이다.

무튼 유튜브에서 횡재같은 '빛'을 접한 나는 가슴속에 감금시켜놨던 '차박'을 입밖으로 탈출시켜줬다.

이쯤에서 다시 서두를 기억해보자. 나는 맥시멀리스트다.

또 다시 무언가를 해보기도 전부터 이것저것 사면 절대로 안된다는 걸 이 나이에야 알게됐다.

미니멀 하게 시작해야된다. "미니멀하게 시작해야한다고 이녀석아"

 

우선 집을둘러봤다.

미니사이즈는 아니지만 핑크색이니 캠핑갬성인 부르스타가 있다.

자기전 침대서 책 좀 볼거라고 사놓고 먼지만 쌓이고 있던 접이식 베드트레이가 있다.

충전이 귀찮아 책상위에 놓여만 있던 조명겸 블루투스 스피커가 있다.

예전에 한강갈때 사놨던 은박돗자리도 있다.

작년과 재작년 불철주야 커피를 쳐묵하고 얻어낸 스벅 타월 2장과 레디백이 있다.

굴러다니던 보조 배터리 세개를 합하니 용량이 4만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 망원한강공원으로 차크닉을 갔다. 좋았다. 트렁크를 열고 걸터앉아서 한강쪽을 바라봤다. 한강은 안보였지만, 지나는 사람들이 나를 계속 쳐다봐서 뭔가 관종된 기분이었다.

집에서 도보 5분에 한강이 있다는게, 코앞에 편의점과 공중화장실이 있다는게 감사했다.

그렇게 망원한강공원에서 시작한 차크닉은 어떤날은 부천의 은데미 공원에서 어떤날은 강화도 동막해수욕장으로 이어졌다.

워낙에 돈 안들이고 시작한 거라 바닥에 은박돗자리 깔고하는 차크닉은 충분한데 차박이 걱정이엤다.

침낭도 없고 바닥에 매트리스도 없고 라면이나 커피 한번 끓여먹을 코펠도 없다.

게다가 이제 1년된 짝꿍님이 '외박'을 이해해줄지도 걱정이다.

지랄이다.

양파같은 짝꿍님은 구한말 신여성 답게 이미 캠핑대선배였고 쪼렙스럽게 차박을 기대하는 나 따위에게. 아주 가볍게 콧방귀를 껴주셨다.

결국 아주 순탄하고 잉여스럽게 2인용 코펠과 침낭 및 손전등을 하사받았다.

게다가 하늘은 내편인건지 올해 스벅 굿즈는 아이스박스다

쿨러 어쩌고들 부르지만 나는 걍 아이스박스다.

때마침 생일버프로 들어온 기프티콘들을 써재끼고 주변인들에게서 수많은 프리퀀시를 삠뜯어 스벅 아이스박스를 얻었다. 이제 정말 차박준비가 끝났다.

 

그런데...

아 그런데... 벌써 폭염인건지 6월들어 연일 30도를 넘는다. 이대로라면 난 차박하다가 돼지백숙이 될지도 모르는데... 하...차일피일 미루며 준비만 하다 이미 늦어버렸다...지만 어제 하루종일 비가왔다.

그리고 일기예보는 오늘도 하루종일 비가 온다고 한다. 때가 됐다. 하늘이 내게 기회를 준거다. 우중차박의 첫경험에 몸을 바칠 준비가 이미 되어있다.

때마침 당근마켓에 쿠팡가 65500원의 자충매트 새제품을 절반가인 33000원에 파는분의 글이 올라온다.

이건 진짜 게시다. 차박의 운명이 나를 자극하는일이다. 돈 안쓰고 미니멀하게 시작하기로 했지만 사야만 했다. 심지어 밤 10시에 우리집까지 가져다 주신댄다. 오 땡큐....

 

대망의 6월 11일의 아침이 밝았다. 비는 멈추었지만 하늘이 잔뜩 흐리다. 이대로라면 일과가 끝나는 오후에는 단비가 내려줄터이다.

 

 

 

 

점심시간이 됐고 하늘이 개이기 시작했다. 살짝 더운것도 같다. 아닌가? 신의 계시는 오늘이 아니었나? 아니야 그래도 가야해 맘을 먹었잖아 내가 원하잖아

 

오후 5시30분 일과가 끝나고 댕댕이 밥을 줬다. 아빠가 미안해 말썽피지말고 오늘밤 잘 놀고 있어. 빠잉...

 

 

오후 6시 차박가서 저녁에 뭘 해먹을게 아니니까 동네 백반집에서 뚝불로 배를 채웠다, 저렴하고 맛있는 소담식당 감사합니다.

 

 

오후 6시반 망원역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 그랑데를 픽업... 결제는 기프티콘... 고마워 SJH

 

오후 6시 45분 난지공원 캠핑장 도착,. 주차장 입구에 계신 안전요원 분들에게 공손히 인사하고 물었다.

"선생님 여기 캠핑장에 차박하기 좋은 곳이 어디쯤일까요?"

없다고 한다. 차량도킹텐트나 일반캠핑은 가능하지만 차박만은 안된다신다. 낭패다. 네이버를 대충대충 검색한게 실수다.

차를 멈추고 다시금 미친듯이 검색한다. '서울 차박' '서울 차박 명소' '서울 차박 추천'

마땅한 곳이 없다...그러다 눈에 들어온 동막해수욕장과 마시안해변...

 

"강화도는 많이 가봤으니까 마시안 해변으로 가볼까? 불금 저녁이라 차도 엄청 막힐텐데 영종도는 금방 갈꺼잖아? 그래 고고하자."

차를 돌렀다. 강변북로를 벗어나자 차는 뻥뻥 뚫렸다. 도착예정시간도 7시40분...좀만 빨리가면 해지기전에 바다에서 사진찍을수 있다.

 

 

 

 

 

 

 

 

 

 

7시 35분.. 여긴가? 엥? 여기 되게 유명한 차박명소라며? 아닌가? 주소를 잘못찍었나? 좀 더 가볼까? 그래 이렇게 휑할리가 없지

 

 

7시 45분,.. 어? 왜 유턴을 하래? 분명 밥집들이랑 카페 밖에 없었는데...차박하는 사람들 없었는데...내가 못보고 놓쳤나? 다시 돌아가볼까?

 

 

 

7시 50분 갯벌체험장 도착...어? 분명 블로그에 여기서 차박하랬는데.,. 근데 왜 폐쇄돼있지? 이상하다 요즘 차박시즌 아닌가? 맞는데? 어떻게 된거지?

"네 안녕하세요 마시안 갯벌체험장이죠?"

음...일과시간에만 개장한다니... 젠장

7시 55분 폭풍 네이버 검색...오...근처 을왕리 가면 차박된다고? 가자가자 (제대로 좀 검색하고 올껄 181818)

 

 

8시 10~20분의 그 어딘가쯤... 오 여기가 을왕리 해수욕장이구나!

그른데...뭐지? 여기서 차박하는건가? 해수욕장에 붙어서 차대는건 좋은데... 바로 앞에 조개구이집들이 이렇게 밝고 시끄러운데? 아몰라 더는 못찾아 걍 여기다가 대자

 

 

 

 

(주차중) "여기 식당 오셨어요? 아니예요? 아 놀러오셨구나.. 그럼 미안하지만 저 안쪽 끝에 쪽에 대주실래요?"

괜찮아 괜찮아 아주머니 친절하셨고 주차하면 안된다는거 아니잖아. 좋아좋아

 

 

8시20분...드디어 해변가에 주차...좋다

덥지도 않고 (밤되니 살짝 쌀쌀) 외롭지 않게 가게 불들도 밝고...해변에 사람들도 많고... 공중화장실도 있고 .,

 

 

8시 25분 편의점은 안보이지만 근거리에 자그마한 점빵? 이 있다. 이름은 마트

낼 아침에 컵라면 끓일거니 부탄가스 하나 사고.. 이따가 유튜브 보면서 먹을 꼬북칩 하나 사고... 커피믹스도 하나...

 

 

8시 30분...자 이제 준비해 볼까? 일단 운전석이랑 조수석 바짝 땡기고...뒷열시트 탈거하고... 차박매트를 깔고...오 진짜로 바람이 저절로 차네 신기하...지만 입으로 더 불어야 하는군...

어? 나 미니멀인데 차 왜이렇게 좁아? 사람들은 어케 여기서 둘이 잔다는거지? 딱 나혼자 누으면 끝인데...

 

9시 ...하 빡세다 어차피 혼자 타고 다니는 차...걍이대로 세팅해두고 그냥 다닐래...또 언제 차박매트 바람빼고 접고 뒷열시트 제자리하고...아 귀찮... 좀 쉬자

 

 

9시 10분,.. 좋다 트렁크 문만 열었는데도 바로 앞에서 사람들이 계속 폭죽터뜨려주고...옆건물 식당인지 노래방인지 계속 누가 노래불러주고... 옆 차 남녀 2커플은 바로 앞에서 돗자리 깔고 재미나게 얘기해주고...

 

 

 

9시 반...덩치 큰 남자가 혼자서 트렁크 열고 앉아있으니 신기한가보다. 근데 왜 놀라세요? 조용히 유튜브 보고있는걸요...해치지 않습니다.

 

 

 

10시... 해변엔 아직 사람들이 더러있고

옆 건물 노래소리는 여전하지만 환하던 조개구이집들이 하나둘씩 간판을 끄고 문을 닫네 다행이다 잠잘때 눈부시진 않겠구나

 

 

10시10분...그래도 첫날인데 꼬꼬무 좀 보다가 페북이나 블로그에 글이나 올려야겠다. 우선 화장실 가서 소변부터 보고나서...

 

 

11시반...글이 엄청 길어졌네 유튜브 좀 보다가 자야겠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첫 차박지론 최고가 아닐까싶다. 주변에 암것도 없고 아무도 없는것 보다는 뭔가 차크닉 스럽기도 하고...

하다보면 조금씩 더 조용하고 아늑한 곳을 찾게되겠지만,..

이렇게 시작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싶다. 사실 뭐 차에서 자는게 차박이지...뭐 대단한 의미가 있겠어 ㅋㅋㅋ

 

 

 

날이 밖으면 현실이다

낭만은 밤 까지이다.

어여 대충 먹고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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